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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동안의 날갯짓
Date : 2020-04-21
Name : 장 선녀 File : 2020042120223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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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동안의 날갯짓 

 

혈흔 같은 꽃을 달고 나의 그림 속을 종횡무진 했던 바리데기 소녀들이 사라졌다. 사라진 건 소녀들만이 아니라 작업의 재료와 형식도 바뀌었다. 성장통, 발설되지 못한 상처, 경계를 넘어서려는 욕망의 꽃들이 사라진 소녀들의 자리에 거대한 꽃날개가 되어 남았다. 소녀들은 이제 신화 속에서만 살지 않는다. 100년 전 이 땅에 살았던 여성들이 되어 돌아왔다. 교육의 세례를 받은 최초의 신여성들, 자신의 욕망을 알았던 근대여성들이 죽어가던 아버지의 생명을 살린 바리데기이지 않을까? 하는 질문으로부터 이번 작업은 시작되었다. 여성들의 초상을 그리면서 왠지 붓과 물감으로만 화면의 맨살을 만나야 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 꽃을 그리고 싶었다. 치유의 꽃들이다. 이웃으로, 벗으로 함께 살아갈 것이라 생각했던 지인들이 너무 많이 나의 곁을 떠났고, 올 봄에 바위처럼 단단했던 엄마가 나무토막처럼 쓰러지셨다. 꽃은 나의 기도이다. 

존재의 내장 같은 꽃들을, 끊임없이 자아와 싸우는 피의 시간을, 피고 지는 생명의 순환을, 다시 부활하는 영혼의 꽃 날개들을 그려야 했다. 투명하게, 맑게, 붓이 지나간, 내 감정의 움직임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꽃들을 그리고 싶었다. 상승인지 하강인지 모를 꽃 날개들의 꿈틀거림.“나 여기 있어요” 라고 외친다. 피고, 지고, 무한 반복되는 꽃들의 역사 사이로 100년 전의 여성들의 초상이 “나 여기 있었어요”라고 화답한다. 나혜석,윤심덕,최영숙,김란사,최은희,허정숙,김일엽,권기옥,김명순.....

화려한 색을 입고 어께에 머리에 꽃을 달고 오늘을 사는 여성이 되어 환생했다. 1919년 항일운동의 기점을 통과하며 여성의 직업을 확장시켰던 신여성. 가지 않은 길을 모험하며 경계를 넘었던 언니들의 치열한 싸움의 도정이 점점 빨라지는 붓의 속도로, 소용돌이치는 꽃잎의 깃털로, 100년 동안 쉬지 않고 날개 짓 하고 있다. 날개 짓을 하다보면 바람이 일겠지. 바람이 세상의 끝, 보이지 않는 모든 존재들을 일으켜 세우겠지. 나는 매일 꽃을 그리며 기도한다.

 

작업노트를 수정하는 날, 걸그룹 카라 출신의 가수 ‘구하라 자살’ 속보가 떴다. ‘설리’에 이어 또 한 명의 아름다운 아이가 생을 마감했다. 남성 문인들의 독설과 난도질에 고국을 떠나 타국의 정신병동에서 생을 마감했던 한국 최초의 소설가 ‘김명순’이 동시에 떠올랐다. 100여년  전의 일이 2019년 현재까지도 너무나 닮았다. 꽃을 더 그려야겠다.

 

류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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