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가면 더욱 좋은 누정(樓亭) 체험 공간!

봉화 정자문화생활관

글 남시언

경상북도 봉화군은 누각과 정자를 103개나 보유하고 있어서 대한민국 누정문화의 보고(寶庫)로 통한다. 누정(樓亭)이란 누각과 정자를 아울러 부르는 말이다. 전통 누정 문화의 가치를 알리고 보전할 목적으로 건립된 봉화 정자문화생활관은 지난해인 2020년 7월 9일에 개관한 박물관이다. 누정의 의미와 역사를 비롯해 건축의 의미까지 되짚어보며 학습하고 체험할 수 있는 정자문화생활관은 실내 박물관격인 누정전시관과 실외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는 누정오경으로 나뉜다. 

먼저 둘러볼 곳은 누정전시관으로 누각과 정자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와 전시물을 통해 누정 문화를 이해하고 학습할 수 있다. 요산요수라는 이름의 영상실에서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 관람 동선을 시작한다. 일반적인 박물관의 홍보영상이 아니라 영상미를 잘 살린 요즘 스타일의 영상이라서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시청할 수 있다. 

누정세계(1전시실)에서는 누정의 종류와 특징을 살펴보고 역사를 배워보는 공간이다. 특히 실제 누정에서 볼 수 있는 자연환경 요소를 재미있게 구현해둔 부분이 인상 깊다. 더불어 누정의 건축 구조를 배워보고 지붕 형태에 따라 나만의 누정을 직접 조립해서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공간도 갖춰져 아이들에게 체험학습 공간으로 안성맞춤이다. 

음풍농월(2전시실)에서는 누정에서 바라보는 사계절을 3면으로 둘러싸인 영상으로 체험해보는 공간이다. 마치 4D 체험관에서 볼 수 있는 시선을 꽉 채우는 영상 콘텐츠와 실제 누정 모형이 인상적이다. 2전시실은 가장 기억에 남는 공간인데 영상미가 대단히 훌륭해서 추천하고 싶은 전시실이다. 

봉화유람(3전시실)은 실제 봉화군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누정들을 살펴보는 곳이다. 봉화의 특색 있는 누정들과 봉화 누정의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다. 더불어 각 누정에 얽힌 스토리를 함께 학습할 수 있어서 재미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누정에는 현판(편액)이 걸려 있는데 공간으로서의 봉화 누정과 의미로서의 누정을 함께 배울 수 있어 흥미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 

3전시실까지 관람을 마치면 이제 야외 박물관인 누정오경을 살펴볼 차례다. 누정오경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누정 5동을 재현한 공간으로 이곳에서는 정자순례길이라고 부른다. 넓은 야외 공간을 마음껏 걸으며 주변 경치와 정자를 즐겨보는 시간이다. 

전남 담양의 광풍각, 충북 제천의 한벽루, 전남 완도의 세연정, 경남 함양의 거연정, 서울 창덕궁의 부용정까지 전국의 유명 누정 5동을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다면, 정자순례길에서 만날 수 있는 도깨비정원 체험을 추천한다. 도깨비정원은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측백나무 미로 정원으로 집중력을 발휘해서 미로를 통과해야한다. 도깨비정원 앞에 있는 전통놀이마당에서는 장승과 솟대 관람, 전통 그네 타기, 윷놀이, 널뛰기 등을 즐길 수 있다. 

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마지막에는 부용정에 도착한다. 부용정의 풍경이 수려하고 사진을 찍기에도 좋아서 꼭 끝까지 올라가보길 권한다. 주변에 잠시 휴식할 수 있는 정자도 갖추었다. 

정자문화생활관 옆에 있는 솔향촌은 80여명이 묵을 수 있는 11개의 객실을 갖춘 숙박시설이다. 봉화의 뛰어난 자연환경과 누정문화를 함께 맛보고 편안한 휴식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봉화군 시설관리사업소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이 가능하다. 

옛 선조들은 누정을 지어 조상의 유덕을 기리고 후학 양성에 힘쓰는 한편으로 빼어난 산세를 보면서 여유를 즐겼다. 요즘말로하면 ‘힐링’했다고나 할까. 바쁜 현대인들에게 여유와 힐링이 필요한 시대다. 복잡하고 시끌벅적한 관광지도 좋지만, 누정 문화를 살펴보고 뜻깊은 시간을 보내는 것도 색다른 즐길 거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