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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장터구경 청송 안덕장
Date : 2021-09-21
Name : 장 선녀
Hits : 98

                            청송 안덕장

지난 일 년은 세상이 멈추었다.

느닷없이 찾아온 재앙으로 사망자가 늘어나고 세상은 단절되었던 해였다.

사람간의 만남이 근간이던 시골 오일장은 굳게 문이 닫혀 있었고, 사회적 시스템은 마비되다시피 하였다.

문득 뒷날 후인들은 지금 이 시절을 어떻게 기억하고 생각할까 궁금해진다.

 

 

 

 

  


간만의 나들이인데도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다.

한가로운 장터의 모습이 떠올라 그러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가는 길섶엔 봄이 한창이니 눈은 호강이다. 좌우로 벚꽃 나무가 나열한 흰백의 도화지위에 드문드문 개나리의 노랑이 흩뿌려 조화를 이루고 있는 중, 먼 산엔 진달래의 보라가 대미를 장식하니 좋다.

다만 전국에 황사경보가 발령되어 시야가 흐린 중에 색을 찾으니 색 잔치가 반감되는 듯하지만,

오히려 혼탁 속의 수채화랄까? 나름 의미를 찾아본다.

 

 

 

청송 안덕장은 내가 사는 안동과 지척이라 30여분을 달려오니 금방이었다.

입구에는 재개장이란 현수막이 크게 붙여졌지만 모퉁이를 돌아 들어가니 좌판 몇 개가 다인 한적하기 그지없는 시골장이다. 이렇게 문을 닫은 채 일 년을 지냈으니 으레 폐장일거라 생각하는 어르신들이 많은가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눈으로 좌판을 세어본다. 두 손가락이 필요 없는 숫자라 적기가 미안하다.

 

 

 

 

입구의 생선장수에게 기운을 내시라고 힘차게 큰소리로 묻는다. 

“사장님! 이거 얼마이껴?” 

“마카 만원짜리라. 뭐 하나 주까요?”

“예...”

 

 

 

  


이렇게 말문을 열어나간다. 의성출신으로 10여 년 째 경북일대를 다니고 있다는 사장님은 코로나가 생사람 잡는다고 하소연이시다. 사람을 만날 수 있나.. 식당가서 밥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나.. 마스크 안 쓰고는 대화도 못하니 이게 생사람 잡는 게 아니면 뭐냐고 항변하신다. 예전에는 일이 고되어도 장사가 잘되니 기분은 좋았는데 지금은 손님이 없어 일은 편하고 속도 편하지만 장사가 안 돼 기분 나쁘다고 하신다. 말씀은 그렇게 하시며 혹여 오실 손님을 위해 손은 생선 손질로 분주하다.

 

때마침 지나던 아주머니 한 분이 인사를 건네기 바쁘게 문어 값을 묻고는 흥정도 없이 구매한다. 오징어도 바로 구매하는 폼이 단골인가보다. 이름과 나이를 여쭤보니 할머니에 가까운 분이다. 임귀선(74)님은 생신이라 자식들이 온다고 하여 문어랑 오징어 같은 애들 좋아하는 것 위주로 샀단다. 그러며 그 짧은 시간에도 자식자랑은 빼지 않고 하신다. 

 

 

 

 

 

 

 

“우리 애가 은행에 다녀요!”

그 한마디에 자식농사 잘 지었다는 자부심이 물씬 묻어 나온다. 장터 한 모퉁이에 자리한 안덕참기름집에 들어갔다. 장날이라 참기름 짜러 오신 손이 두 분이나 계셨다. 낯선 이방인을 반겨주시는 모양새가 손들을 많이 상대한 탓에 노련해 보인다. 반가운 표를 하시고는 경남 밀양이 고향이라며 이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강복영(77)사장은 근 50년을 이곳에 터를 잡고 계셨다며 이젠 자식에게 물려줬지만 아직은 도움을 주려 가끔 나오곤 하신단다. 대구에서 이곳 안덕까지 장날이면 온다는 젊은 사장인 조용욱(46)님은 대구에 업이 있지만 이곳을 버려 둘 수가 없어 장날, 그리고 손이 많은 날이면 달려온다고 한다. 어머님께 요즘은 경기가 어떠냐고 물어본다. 

 

 


“사람이 어데 있나? 

장날만 열고 무신 날은 우야면 하고 우야면 안하고...,

내만 힘든 것도 아니고 코로나 때매 마카 다 힘들재..., 우야겠노!”

 

 

 

 

정류장이 있는 도로변으로 나왔다가 묘목장수를 만났다. 보기 드물게 바쁜 것 같아 가만히 구경하고 있다 보니 목돈이 오간다. 사과 묘목 한 주당 15,000원인데, 한 묶음이 10주니 대략 잡아도 150,000원이다. 물론 낱개로도 파니 다행이다. 이름 또한 처음 듣는 게 많아 적어본다. 미얀마, 미시마, 기꾸, 로얄, 챔피언, 피덱스, 요까, 홍장군, 시나노스위트, 등등....부르다가 손으로 가리키며 구석에 있는 건 안 팔려 버리는 수도 있다고 한다. 안덕면 현남에 사시는 박유원(86)할아버지께서는 과수를 심다가 모자라서 나왔다고 하셨다.

 

 

 

  

 

“어제 심다가 모지래가 더 할라꼬 왔지! 다섯 개만 줘.”

“그라모, 칠만 오천원인데 칠만원만 주고 오천원은 어른 짜장면이나 사 드시소!”

하고 묘목 장수가 할아버지께 인심 쓰신다. 

 

 

 

 

정류장을 돌아보고 거리를 다녀 봐도 드문 인적에 언제쯤이나 정상적인 사회적 유대관계가 회복될지 걱정이 앞선다. 무거운 마음으로 장터를 떠난 뒤, 어느 덧 일상에는 장미향이 찾아들었다. 장을 깨는 비가 자주 내렸고, 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이 비 사이로 떠올라 한숨을 쉬었었는데, 전해들은 이야기는 달랐다. 장날의 인사가 바뀌어서 “예약 했니껴?”, “맞았니껴?”, “병원 언제가니껴?” 로 안부를 주고받는다고 한다. 백신 이야기이다. 백신 후유증 때문에 기피하는 듯 하다가 요즘은 잔여 백신 예약도 하늘에 별따기라 한다.

 

 

 

 

경로당에 갈 수 있고, 여행도 갈 수 있고, 요양병원에 면회도 갈 수 있고, 무엇보다 자식이나 손자, 가족들을 모두 만날 수 있다. 지자체들도 독려 캠페인을 시작했다. 끝나면 한번 보자라는 말이 공허해지지 않고, “7월 이후에 꼭 봐. 다 맞으면 꼭 봐.” 라는 말로 약속 할 수 있어졌다. 말뿐인 것들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날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그날이 오면, 장꾼들이 둘러 앉아 함께 밥을 먹고, 손님에게 시식을 권하고, 마스크 때문에 아픈 귀를 쓰다듬지 않아도 된다. 못했던 일을 계획하며 이웃들과 재잘거리느라 물건이 좀 덜 팔려도 즐겁게 짐을 꾸려 막차에 오를 수 있겠다. 근심이 덜어지고, 두려움도 덜어지고, 불신도 덜어진 빈자리에 우리가 다시 껴안을 수 있는 것들이 들어서겠다. 아득하기만 하고 기척 없던 희망들이 조금씩 소리를 내고 있다. 잎이 진 상사화 곁에서 그려본 풍경을 다음 기행에서는 렌즈에 담을 수 있을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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